영도리서치 플레이스랩 프로젝트 영도
미워하다 좋아진 싫어하다 사랑하게 된 섬. 이것은 일종의 현실화된 유토피아. 옛 길 위에서 본 섬의 시간. ‘노이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존재들. 그들이 섬 밖으로 나간 것을 보지 못했다. 바다에 닿지도 않았는데 바다를 닮은 구석. 정작 남아 있는 건 없다. 한 걸음 물러난다는 마음으로. 그림자가 끊어진다. 목적지가 있다면 쉬는 것은 멈춘 것이 아닙니다. 소소하고 시시하더라도 나는 늑대이지 말아야지. 경계는 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이 살던 그곳이 더이상 그곳이 아니게 되는 것. 변하지 않아야 할 것, 지켜야 할 것을 지키기 위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키미앤일이

부산에서 태어난 일이와 울산에서 태어난 키미가 이리저리 유랑하다 부산으로 다시 돌아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햇살과 바람 그리고 식물을 동경한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는 되려 흐릿하게 보이는 게 마련입니다. 그 개체가 무엇이든 간에 말이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이 때론 뚜렷해지기도 합니다. 어떤 편견 없이 영도를 바라보고 싶어, 한 걸음 물러난다는 마음으로 봉래산 정상을 향했습니다.

밖에서 본 영도
봉래산 병풍
영도에서
영도에서
영도에서
영도에서
영도에서
영도에서
봉래산 산행
어린 시절, 영도하면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너는 영도다리 밑에서 주워 왔어.’라는 부모님의 말이 전부였다. 내 또래의 부산 사람이라면, 한번 즈음은 들었을 법한 이야기 다. 이 말을 들었던 수십 년 전의 어느 날 밤. 이불 뒤집어쓰고 고민하던 어린 날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어쩌면 고아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영도가 연결되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내게 영도는 어쩐지 서글픔이 묻어 있는 고장이었다. 서러운 마음 때문이었을까. 영도를 편견 없이 바라본 기억이 적어도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없었던 것 같다.

요즘의 영도는 시쳇말로 핫하다.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되었고, 이야깃거리로서도 매력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영도를 다뤘다.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의 시선이 몰렸다. 영도의 출입구는 영도대교와 부산대교가 전부였지만, 이젠 대교가 두 개나 더 놓였다. 접근이 용이해졌으며 외부인들의 출입이 활발해졌다. 멀리서 바라만 보던 영도 속으로 사람들이 드나들었고, 더불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소위, 핫플이라 불리는 곳들의 사진이 온라인 속에 넘쳐 났다. 그 사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나도 한번 즈음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적 내 속에 새겨진 영도의 서글픔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해시태그를 둘러보며 어느 곳부터 가보는 게 좋을까 생각하다 문득, 영도의 생김새가 궁금해져 지도를 켰다. 어림짐작으로 영도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봉래산’ 이 가장 도드라져 보인다.

평소에도 가벼운 산행을 즐기는 터라, 그 어떤 장소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검색창을 통해 얻은 봉래산의 정보는 한층 더 구미를 당기게 했다. 그리 높지 않은 정상, 잘 가꾸어진 등산로, 둘레길까지 반나절 정도의 하이킹 코스로 충분해 보였다. 카메라와 보온병을 챙겨 봉래산으로 향했다.

영도에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봉래산이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갓 같기도 하고 낮은 고깔모자 같기도 하다. 봉래산이라는 고깔모자를 쓴 귀여운 도시섬 영도. 꼭 제주도처럼 커다란 섬의 미니어처 같은 느낌이 들어 왠지 모를 귀여움과 더불어 포근함이 느껴진다.
복천사 입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등산로에 접어들었다. 겨우 5분도 채 되지 않아 영도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걸터앉기 좋은 커다란 바위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어 잠시 엉덩이를 붙였다. 앙상한 가지 사이로 바다와 영도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풍경이 일품이다. 등산로로 들어선 지 5분 만에 이런 광경을 즐길 수 있는 산이 이렇게나 삶 가까이에 있다니.

다시 걸음을 들여 정상을 향했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수평선이 길게 뻗은 망망대해가 펼쳐졌다.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거리지만 이런 감탄을 계속해서 느끼다가는 몇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싶다.

봉래산은 어딜가거나 변하지 않을 테니, 이번 산행에서는 일단 정상을 오르는 것을 우선으로 하자 싶어 지체 없이 정상으로 향했다. 1시간이 꽉 채워지기 전에 정상석을 마주 할 수 있었다. 봉래산의 정상에는 산 정상에 오른 기쁨을 오롯하게 즐기고 또 느낄 수 있도록 평평한 인공구조물이 꽤나 넓게 설치되어 있다. 덕분에 정산에서의 풍경을 편안하게 그리고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영도를 멀리서 바라봤을 때 느꼈던 느낌은 전혀 찾을 수가 없다. 드넓게 펼쳐진 항구도시 부산을 제 품에 꽉 들어차게 힘껏 끌어안은 그 모습이 듬직하다. 부산 곳곳의 풍경을 담은 여러 폭의 병풍이 눈 앞에서 촤라락 펼쳐진 것 같았다. 그 순간 영도가 아주 커다랗게 느껴졌고, 외세로부터 부산을 지켜 주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의 수호섬 같달까.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따라다녔던 영도 하면 떠올랐던, 그 낙인이 드디어 지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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