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리서치 플레이스랩 프로젝트 영도
미워하다 좋아진 싫어하다 사랑하게 된 섬. 이것은 일종의 현실화된 유토피아. 옛 길 위에서 본 섬의 시간. ‘노이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존재들. 그들이 섬 밖으로 나간 것을 보지 못했다. 바다에 닿지도 않았는데 바다를 닮은 구석. 정작 남아 있는 건 없다. 한 걸음 물러난다는 마음으로. 그림자가 끊어진다. 목적지가 있다면 쉬는 것은 멈춘 것이 아닙니다. 소소하고 시시하더라도 나는 늑대이지 말아야지. 경계는 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이 살던 그곳이 더이상 그곳이 아니게 되는 것. 변하지 않아야 할 것, 지켜야 할 것을 지키기 위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권하형

별수 없는 것들이 너무 별수 없이 당연하듯 지나가는 것,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을 눈에 담으려 색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영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낯선 산책자가 되어 충분히 걸어보기로 했다. 낯선 산책자인 나에게 영도는 일요일을 닮아 있었다. 빨래도, 목욕탕도, 마을버스도, 고양이도, 골목의 평상 할머니들까지 일요일을 닮았다. 다시 일요일 아침이 돌고 돌아 쌓인 영도의 물탱크는 새단장을 한 녀석들도 있고, 태어나 미동조차 없었던 모습을 한 녀석도 있었다. 재현이 불가능한 시간을 머금은 듯한 풍경이 담긴 물탱크를 보면 멈칫했다. ‘물탱크의 주인은 몇 번이나 바뀌었을까’, ‘물탱크의 색은 몇 번이나 바뀌었을까’ 지나온 시간을 생각할수록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으며 그 순간이 잦아졌다. 그래서였을까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을 눈에 담으려 색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뭘 그리 찍습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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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들이 너무 이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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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오래돼서 계속 칠해야하니까 안그렇습니꺼. 우리집만해도 60년이 됐는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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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2일 신선동 촬영 중 주민과 나눈 대화)

이 마을 사람들은 익숙함으로 인해 분명 다른 갖가지 색들이 증발된 채로 ‘빨간벽돌집’ 정도로 기억될테지만 낯선 산책자인 나에겐 색들마다 가진 시간들이 결합하여 공존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자리 잡아 기준이 된 ‘먼 빨강’의 시간. 이후 덧대어진 비슷하려던 ‘가까운 빨강’의 시간. ‘황토색’의 시간, ‘흰색’의 시간, ‘불을 닮은 빨간색’의 시간들까지. 다채로움에서 오래 머물러 있었던 탓임이 분명하다. 바다에 닿지도 않았는데 바다를 닮은 구석을 구석구석 찾기까지 했다. 언제부터 닫혔는지 모를 셔터문에서, 벽의 틈새를 메우기 위한 덧칠에서, 가스통이 산소통처럼 보이기도 하고, 주차 안내벽에서 바다 속을 상상할 만큼 곳곳이 바다를 품은 풍경이었다. 해질녘 즈음 비 내리는 소리인지, 나무장작이 타는 소리인지 타닥타닥 소리에 한참 귀를 기울게 만들던 초록 슬레이트 지붕은 해초처럼 다가왔다. 이 모든 것은 생경함이 만들어낸 순간들이 쌓인 착각의 찰나인 것이다. 영도엔 나를 붙잡아두는 곳이 많다. 내 걸음이 더뎌질수록 낯선 산책자로써 영도로움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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