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리서치 플레이스랩 프로젝트 영도
미워하다 좋아진 싫어하다 사랑하게 된 섬. 이것은 일종의 현실화된 유토피아. 옛 길 위에서 본 섬의 시간. ‘노이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존재들. 그들이 섬 밖으로 나간 것을 보지 못했다. 바다에 닿지도 않았는데 바다를 닮은 구석. 정작 남아 있는 건 없다. 한 걸음 물러난다는 마음으로. 그림자가 끊어진다. 목적지가 있다면 쉬는 것은 멈춘 것이 아닙니다. 소소하고 시시하더라도 나는 늑대이지 말아야지. 경계는 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이 살던 그곳이 더이상 그곳이 아니게 되는 것. 변하지 않아야 할 것, 지켜야 할 것을 지키기 위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정이안

1983년. 부산 동래구에서 태어났다. 현재는 서울에 거주하며 ‘좋은 이야기’를 쓰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영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매체에서 쓴다. 부산에 근거를 둔 이야기에 늘 관심이 많다.

노이즈
noise

2002년. 월드컵 열풍이 휩쓸던 대한민국. 부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16강전 대한민국 vs 이탈리아.
연장전까지 갔던 접전 끝에 안정환 선수가 결승골을 넣으면서 모두가 미쳤던 그때. 서면 광장에는 환호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기뻐서 날뛰는 그들 사이, 한 소년이 무심하게 안정환 선수가 세레머니를 하는 스크린을 보고 있다. 그리고 문득, 칼에 찔린다. 누가 찔렀는지도 모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소년의 주위에서 날뛰고 있다. 쓰러지는 소년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다. 모두가 안정환에, 대한민국의 승리에, 붉은 악마에 미쳐 있었다. 소년은 나중에야 병원에 실려 가 시체가 되고 만다.

같은 시각.
부산의 끄트머리 섬, ‘영도’의 한 청소년 보호소 건물이 불 타고 있다. 뒤늦게 소방차가 달려 와 보호소 건물에 접근하려 하지만 월드컵으로 미쳐 있던 대한민국 시민들을 뚫는 일이란 쉽지 않았다. 결국 보호소 건물에 있던 10대 아이들 18명 전원 사망. 그러나 아무도 이 뉴스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월드컵이 열리고, 16강, 8강, 4강까지 가던 시절에 누가 이런 뉴스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

그로부터 19년이 흐른다.
현재. 2021년.
당시에도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이 화재 사건에 지금도 매달리고 있는 한 사람.
‘연자’
불타 죽었던 아이들 18명 중 1명이 연자의 아들이었다. 연자와 다투고 하필 잠시 가출해 있던 그 시기, 보호소 건물에서 지내다가 변을 당했다. 연자는 당시의 화재 원인에 대해 소명을 요구하고 있다. 19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고 19년 전 그 화재 사건을 잊으려는 한 사람.
‘철구’
그날 딸과 함께 월드컵 경기를 보려 했는데 야근을 하게 되어 딸은 친구와 경기를 보겠다고 보호소 건물로 갔다. 딸의 절친은 고아였다. 보호소가 집이었던 딸의 절친과 딸은 함께 대한민국 선수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올라 이탈리아 선수들과 겨루는 광경을 봤고, 그게 생에 마지막으로 즐긴 축제가 됐다. 철구는 그날 내가 야근만 하지 않았어도, 이혼만 하지 않았어도, 딸은 집에서 16강전을 보고 지금은 37살 멋진 여성이 되어 있겠지, 생각한다. 그러곤 곧바로 그 날의 화재 사건에 대해 잊으려고 노력한다. 딸이 불타 죽었을 그 순간만 생각해도 숨이 막혀 온다.

그리고 19년 전 화재 사건의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사람.
‘미희’
그녀는 보호소의 원장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경기를 보고 싶었지만 공교롭게 그날 외부 일정이 생겨 뭍에 들어갔다가 영도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 사이 보호소는 불탔고, 아이들은 안에서 죽어갔다. 그날 뭍으로 나가지만 않았어도, 보호소에서 아이들과 함께 경기만 봤어도, 최소한 몇 명은 더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아이들이 불타 죽어가던 그 때 곁에 어른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 미희의 가슴을 찢었다. 화재 사건 이후 보호소 건물은 불법 개조한 건물임이 드러났고, 미희는 징역을 살고 나왔다. 그 후 19년이 흐른 지금까지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지막. 19년 전 화재 사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남자.
‘지온’
서면 광장에서 칼에 찔려 죽어 간 소년의 절친이었으며, 보호소 건물에서 죽어간 소년들의 다수와 친구였던 남자. 지온.
2000년. 17살에 부모님 때문에 서울에서 전학 온 샌님 지온은 우연한 계기로 영도의 거친 소년들과 가까워졌고, 17년 인생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살았다. 2002년 화재 사건이 나기까지 2년 동안, 단언컨대 지온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웠던 시기를 보냈다.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지온은 한 번도 그 시절처럼 지내지 못했다. 지온과 친했던 소년들은 대부분 적(籍)이 없었다. 부모님이 주민등록 말소자라거나 소년들을 버리고 떠났거나. 학교도 다니지 않는, 이 사회에 기록되지 않는, 적이 없는 아이들. 하지만 분명히 실존했던 아이들. 실존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지온은 영도에서 그런 소년들과 친해졌다.
반면 이 소년들에게 지온은 적이 너무도 분명한, 무려 서울에서 온 환상의 존재였다. 처음엔 질투였지만 지온의 맑은 영혼에 끌려 우정이 됐다. 모름지기 10대라는 나이는 서로의 영혼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의 마지막 시절이기에. 겉보기엔 공통점이 하나도 없었던 아이들임에도 서로의 영혼에 끌려 친구가 됐다.
2002년 그 사건이 발생할 때 지온은 서면 광장에 절친을 만나러 가고 있었다. 그 절친이 무수한 사람들 속에서 칼에 찔려 죽어 간 소년이다. 절친과 연락이 안 돼 한참을 찾다가 나중에야 병원에서 무연고자 사망자 중에 절친을 발견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덕분에 지온은 다수의 친구들이 있었던 보호소에서 16강전을 보지 않을 수 있었고, 살아 남았다. 아무도 몰랐지만, 지온은 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지온 자신 외에는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화재 사건 이후, 지온은 죽은 듯이 지내다가 그해 수능 시험을 치르고 영도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서울로 떠났다. 서울로 간 이후에는 자신의 인생에서 영도를 아예 지워버렸다. 어차피 지온과 친했던 친구들은 공식적으로 사회에 존재하지 않던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은 생에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것처럼, 내 인생에 그런 아이들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살았다. 그리고 샌님이었던 10대 시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지온은 강한 남자가 되어 갔다. 서울에서 지온을 알게 된 사람들은 지온의 10대 시절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지온이 38살이 된 지금,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강성의 정치인이었다. 서구에서나 볼 법한 젊고 스마트한 데다가 체격도 거대한, 강한 이미지의 정치인.

그런 지온이 소속 정당의 지시에 따라 부산 지역구 의원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지온 자신은 부산에서의 기억을 덮고 살았다 해도 대한민국 인적 기록에서도 그 사실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기에, 지온은 공식적으론 부산 출신의 정치인이었다. 그에 따라 부산 지역구, 그중에서도 영도구 의회 의원으로 당선 시키려는 소속 정당의 전략이 세워졌다. 최후엔 부산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누구도 지온이 당시 화재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몰랐기에 짤 수 있는 전략이었고, 지온도 그 사실을 밝힐 수는 없었기에 정당의 지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온은 기억에서 덮고 살았던, 부산, 영도로 38살이 되어서야 내려온다.

2021년의 어느 날.
영도에 몇 안 남은 해녀 연자는 일을 마치고 돌아온다. 언덕에 있는 집으로 간다. 정부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 해서 소위 스마트한 집이 되었다. 겉보기엔 좋아졌지만 나이 든 연자에겐 영 어색할 뿐이다. 나이가 들어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무슨 정부 신청을 해야 한다고 해서 인터넷에 들어간다. 아이디를 입력하는데, 이상하다. 얼마 전부터 연자가 입력도 하지 않은 숫자들이 아이디 입력 기록으로 남아 있다. 연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런데 연자의 스마트폰에도 가끔씩 이상한 현상이 생긴다. 최근 얼굴 인식이 되는 스마트폰으로 바꾼 뒤부터 갑자기 화면이 꺼진다든지 지지직 거린다든지. 기계 불량이 의심되어 몇 번 스마트폰을 바꿨는데도 똑같은 현상이 생긴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에 익숙치 않은 연자는 모든 걸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기계라는 게 다 그렇지 뭐. 그런데 하루는 집에 들어왔는데, 연자가 컨트롤 하지 않았는데도 불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입구의 불만 켜져 있다가 꺼지고 거실의 불이 켜진다. 연자가 거실로 간다. 그러자 거실의 불이 꺼지고 아들의 방의 불이 켜진다. 19년 전 아들은 불타 죽었지만 연자는 아들의 방을 아직도 놔두고 있었다. 연자가 불이 켜진 아들의 방으로 들어간다. 아들이 좋아했던 전구들로 설치해놓은 조명이 보인다. 잠시 후 형광등이 꺼지고 아들이 좋아하던 조명만이 반짝인다. 순간 연자는 아들이 이 방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연자는 형사인 철구를 찾아가 아들의 영혼이 집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철구는 이제 그만 그 일을 잊고 싶다. 연자에게 이제 19년이 지났다고, 그만 좀 잊고 살라고 말하며 돌려보낸다. 문제는, 사실 철구에게도 요즘 이상한 현상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 지문 인식이 되는 스마트폰으로 바꾼 이후 알 수 없는 숫자로 적힌 메시지가 온다든지, 스마트 기기로 연결된 집안의 물건들이 오작동을 한다든지, 알 수 없는 현상들이 발생한다. 그중 생전 딸의 삐삐 번호가 적혀서 메시지로 온 적도 있다. 발신인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존재하지 않는 번호였다. 통신사에 문의하고, 형사로서도 추적해 봤지만, 발신인이 없었다. 유령이 보낸 거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메시지였다.

그런 와중, 지온은 부산 영도구에서의 유세 활동을 시작한다. 영도의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는 둥 최대한 연관성을 만들어가며 영도 주민들에게 인사를 한다. 그런데 지온에게도 연자, 철구와 같은 현상들이 생긴다. 영도를 벗어나면 멀쩡한데, 영도 안에만 들어오면 스마트폰이 계속 말썽이다. 지온은 영도의 통신 수준이 이정도로 안 좋냐며 불평인데, 지온의 수행원들 스마트폰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어리둥절할 뿐이다.
연자는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19년 전 화재 사건의 진상을 밝혀라, 아직도 아이들은 울고 있다, 등등.....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1인 시위. 아직도 일주일에 하루 씩 와서 1인 시위를 하는 연자다. 그런 연자의 모습이 처량하다. 시위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 어느 교차로에 멈춰 서는데, 교차로의 광고용 대형 스크린이 지지직 거린다. 그러다 순간 숫자가 찍힌다. 연자가 그 숫자를 본다. 낯익은 숫자다. 이내 스크린의 노이즈 현상은 사라지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버스는 출발한다. 연자는 저 숫자를 어디서 봤지 생각한다.

아이디.
연자가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접속할 때, 아이디 칸에 한 번도 입력한 적 없는 숫자들이 기록 되어 있을 때가 있었다. 방금 스크린에 뜬 숫자는 그 숫자와 똑같은 숫자였다.
6.666.6.6.999.

집에 돌아 온 연자는 아이디 입력창에 남아 있는 이 숫자를 보면서 계속 생각한다. 대체 이게 뭐지... 무슨 숫자지....

결국 연자는 야밤에 철구의 집으로 찾아간다. 영도 앞바다, 묘박지가 내려다 보이는 철구의 집. 홀애비 냄새가 풀풀 나는데, 연자가 숫자를 보여주며 오늘 버스 타고 오다가 교차로의 스크린에서도 이걸 봤다고, 대체 이게 무슨 의미의 숫자냐고 묻는다. 철구는 연자가 귀찮기만 하다. 연자를 내쫓는다.
미희는 통선을 몰고 있다. 영도의 남항 묘박지에 세워진 배들 사이를 오간다. 화재 사건 이후 불법 개조한 보호소의 책임을 물고 징역을 산 뒤 죄책감으로 폐인처럼 지내다가 다 쓰러져 가는 통선을 하나 받게 되어 이 일을 하고 있다. 미희도 최근 지문 인식이 되는 스마트폰으로 바꾼 이후 정체를 알 수 없는 번호의 메시지가 종종 온다. 오늘 온 메시지 번호는 1과 0으로만 이뤄진 긴 숫자다. 평소엔 스팸 메시지로만 여기고 넘겼는데, 오늘은 시간도 남고 인터넷에 검색을 해본다. 좀 뒤져보니 1과 0으로 이뤄진 이진법을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메시지로 받은 번호를 프로그램에 넣어보는 미희.

연자를 쫓아낸 철구는 문득 연자가 보여준 숫자에 대해 생각하다가, 예전 어느 추리 영화에서 본 다잉 메시지를 떠올린다. 휴대폰 숫자판에 있는 알파벳을 이용한 다잉 메시지였다. 그 방식 그대로 연자가 알려준 번호를 대입해보는 철구.
철구가 다시 연자를 부른다. 철구가 연자가 알려준 번호를 휴대폰 숫자판의 알파벳에 대응시켜 봤더니, 이런 단어가 나온다고 말해준다.
mommy
연자는 그걸 보자 숨이 턱 막힌다. 눈물이 터진다. “거봐. 내 아들은 분명히 여기에 있어. 아직도 이 섬을 떠나지 않고 있다고.“ 철구를 붙잡고 엉엉 우는 연자.

그리고 통선에 있던 미희는 오늘 온 1과 0으로만 된 메시지 번호를 이진법 텍스트 변환기에 넣어 보니, 다음과 같은 텍스트가 뜬다.
선생님
미희, 그 텍스트를 보자 숨이 멎는 것 같다. 보호소 원장 시절, 아이들은 미희를 선생님이라 불렀다.

철구,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온 숫자도 알파벳에 대응시켜 번역해본다.
search
찾으라고...? 뭘 찾으라는 건가...?

그때, 철구의 집 창밖으로 묘박지에 세워진 수많은 배들의 불빛이 요란하게 깜빡인다. 각 배에서도 이상 상황이 벌어진 듯 소란스럽다. 통선에 있던 미희도 주변 대형 선박들이 자신들의 통제와 상관없이 불빛이 깜빡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

그리고 철구의 집에서 철구와 연자가 보게 되는 묘박지 선박들의 불빛은 이어지고 이어져 한글로 된 두 글자를 만들어낸다.
지 온

어두컴컴한 바다 위, 선박들의 불빛이 이어져 만들어 낸 두 글자. 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배에서 밝힌 불빛이 어떤 글자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바다 전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배기 철구의 집에선 선박들이 이어져 만들어진 두 글자가 너무도 선명히 확인된다.
지온.
얼마 전 영도구 지역 의원이 되기 위해 내려 온 38살의 청년 정치인.

철구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온 숫자를 번역한 텍스트를 본다.
search

19년 전 죽은 아이들이 정말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걸까? 지온을 찾아가라고? 아이들은 정말로 아직 영도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인가? 다시 한 번 내 딸을, 내 아들을 느껴볼 수 있다면. 내 인생을 통째로 내줄 텐데.
연자, 철구, 미희, 그리고 지온.
이들이 다가가게 될 2002년의 진실과 2021년 현재에 벌어질 또 하나의 사건.

<노이즈>

<노이즈>는 TV 드라마 혹은 넷플릭스와 같은 OTT 시리즈물로 기획된 장편 스토리입니다. 그중 도입부이자 설정에 해당하는 일부분을 본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정리했습니다. 본 결과물은 향후 펼쳐질 장편 스토리의 ‘씨앗’으로, 제가 직접 모든 스토리를 완성할 예정입니다. 대본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장편 소설로 완성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노이즈>는 IMF 이후 ‘노이즈’처럼 존재하게 된 사회의 구성원들, 그 구성원들의 자식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이며, 결국 이 아이들은 죽음 이후에도 ‘영도’라는 섬 안에서 전자기적 차원에서의 ‘noise’로 존재하게 되는, 초현실적이지만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영도라는 섬이 가지고 있는 신비한 힘이 본래는 저승으로, 하늘나라로 흩어졌어야 할 아이들의 영혼을 ‘noise’로서 섬 안에 붙잡아 두게 된 것이지요.

2000년 초반부터 2002년 월드컵까지의 시점과, 2021년 현재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고, 현재의 시점에서 이뤄지고 있던 모종의 일들의 전말이 드러나는 게 <노이즈>의 메인 스토리입니다. 스토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사회는 어떻게 ‘노이즈’를 만들어내고 있었는지, ‘노이즈’가 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은 어떤 식으로 삶을 지속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겁니다. IMF라는 국가 최대의 암흑기를 지나 2002년 가장 화려했던 월드컵을 거치기까지, 기형적으로 뒤틀릴 수밖에 없었던 어떤 시절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 시절을 거치며 ‘노이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존재들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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