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리서치 플레이스랩 프로젝트 영도
미워하다 좋아진 싫어하다 사랑하게 된 섬. 이것은 일종의 현실화된 유토피아. 옛 길 위에서 본 섬의 시간. ‘노이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존재들. 그들이 섬 밖으로 나간 것을 보지 못했다. 바다에 닿지도 않았는데 바다를 닮은 구석. 정작 남아 있는 건 없다. 한 걸음 물러난다는 마음으로. 그림자가 끊어진다. 목적지가 있다면 쉬는 것은 멈춘 것이 아닙니다. 소소하고 시시하더라도 나는 늑대이지 말아야지. 경계는 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이 살던 그곳이 더이상 그곳이 아니게 되는 것. 변하지 않아야 할 것, 지켜야 할 것을 지키기 위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최대진

부산에서 태어나서 성장하여 대학을 다니다, 프랑스로 떠난 후 우연히 미술을 시작했고, 오랜 기간 프랑스에서 살았다. 오랜 외국 생활에서 겪게 된 작가의 경계인으로써의 위치 혹은 딜레마에서 나오는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경험과 사유를 바탕으로 근현대사와 동시대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사회적인 조건과 상황을 결합하는 조형 작업들을 해오고 있다. 2007년 프랑스 파리-세르지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하고 2008년 프랑스 리용국립미술학교의 Post-Diplpôme 과정의 연구원이자 작가로써 활동하였다. 프랑스 국립 현대미술센터 파트 셍 레제(Parc St-léger), 에스파스 퀴글러(스위스, 제네바), 대안공간 루프, 사루비아다방, 소마드로잉센터, 아마도예술공간, 페리지 갤러러 등에서 개인전을 했고, 부산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제12회 광주비엔날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소마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보안여관, 광주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토탈미술관, Nuit Blanche(파리시 미디어아트 축제), 하이트 컬렉션, 아카데미아 웅게리아(로마, 이탈리아), 셍테티엔느 현대미술관(셍테티엔느, 프랑스), 리옹 현대미술관, 히로시마 전 일본은행 등, 유럽과 아시아에서 다양한 그룹전에 참가했으며, 파리, 히로시마, 느베르(프랑스), 모스크바, 제네바, 서울, 뮌헨 등지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2009년 리용 현대미술관이 주관한 RDV 작가상을 수상했다.

나는 영도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영도에 살다가 좋은 학군을 위해 아버지와 나는 육지로 이사를 갔다. 영도인 섬도 육지인 영도다리 건너의 땅도 모두 부산이었지만 각각의 일상생활과 환경은 많이 달랐다. 영도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큰 놀이터는 바닷가였고, 이사를 가서 살게 된 서구 대신동의 그것은 구덕 야구장과 그 앞 문화아파트의 지하에 있던 학생백화점이라고 불린 지하 쇼핑센터였다. 나는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갑자기 프랑스라는 먼 나라로 떠났고, 거기서 20년이 좀 못 된 세월을 보낸 후 팔자에도 없던 시각예술가라는 직업을 달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이제 그 시간도 꽤 되었다.

영도를 바라보면서 시작하는 나의 이 리서치에서 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 영도는 나에게 영원한 과거이기 때문이다(아직까지는). 그리고 그러한 나의 경험과 삶의 시간에 걸맞게도 이 섬은 여전히 부산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소위 재개발이라는 부동산 호재 따위는 크게 닿지 않는 가난하고 낙후된 곳들이 수도 없이 많다.

과거에 다니던 학교의 뒷뜰, 살던 집의 연탄보일러 가스 냄새, 해지던 오후에 물질을 하던 해녀들, 기름 냄새 나는 공장의 소음들, 높은 담벼락 안이 궁금했던 조선소의 거대한 크레인들, 그리고 언제나 눈부신 바다…

난 영도를 다시 걸어 다니면서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 않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강해서 모든 관념과 개념을 상념으로 바꿔버렸다. 나에게 영도는 갑자기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얘기했던 ‘헤테로토피아’와 같은 장소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것은 일종의 현실화된 유토피아이다. 유토피아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공간이자 사회에 반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사회 안에 존재하면서 유토피아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장소들이 있다. 실제의 위치도 정확히 존재하고 어느 누구도 밟을 수 있는 땅이지만 모든 장소의 바깥에 존재하는 이 장소를 푸코는 헤테로토피아라고 부른다.

영도는 이렇게 모든 곳의 바깥에 있다. 이곳을 나는 내 방식대로 21세기의 ‘유토피아’적인 표현 수단인 아이패드와 미러리스 카메라 혹은 드론이 아닌 작은 공책과 펜을 들고 드로잉이라는 기본적이고 단순한 방식으로 이곳의 현실과 의미와 개념을 그리고 써보려고 한다. 이 기록은 한 권의 공책에 담겨질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어둡고 밝은 면을 보여주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패이고 튀어나온 건물들을 바라보면서, 단단하면서 무르고 구멍이 숭숭난 골목들을 지나가면서, 이리저리 영문도 모른 채 잘려 있는 도로들과 함께 하고 있다.

바다 공기와 헛헛한 과거의 축제들이 뒤섞인 이 곳, 모든 곳의 건너편에 존재하는 장소인 이 섬을 묵묵히 그려보는 게 이 리서치의 방향이자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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