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다 좋아진 싫어하다 사랑하게 된 섬. 이것은 일종의 현실화된 유토피아. 옛 길 위에서 본 섬의 시간. ‘노이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존재들. 그들이 섬 밖으로 나간 것을 보지 못했다. 바다에 닿지도 않았는데 바다를 닮은 구석. 정작 남아 있는 건 없다. 한 걸음 물러난다는 마음으로. 그림자가 끊어진다. 목적지가 있다면 쉬는 것은 멈춘 것이 아닙니다. 소소하고 시시하더라도 나는 늑대이지 말아야지. 경계는 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이 살던 그곳이 더이상 그곳이 아니게 되는 것. 변하지 않아야 할 것, 지켜야 할 것을 지키기 위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방송을 전공하고 이후 사진을 전공했다. 주로 방송과 여러 영상을 만드는 직업으로 일을, 사진과 영상으로 작업을 한다. 사진과 영상으로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그냥 말로 하는 편이 좋고, 말을 할 때는 일상적인 언어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형수술에 관한 작업 ‘On Plastic Surgery’로 처음 개인전을 했고, 이사에 관한 작업 ‘Moving days’ 이후 한동안 집, 부동산, 재개발 등에 관한 작업을 하고 있다.
어떤 도시에서 그곳의 경관 혹은 그곳의 사람들, 아니면 그곳의 독특한 문화와 사는 방식 등에서 매력을 느낀다면 가장 흔하게 떠오르는 생각은 역시 ‘아, 여기 살고 싶다’가 아닐까. 함께 사는 가족, 직장, 살고 있는 집의 계약 조건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잠시 접어둔다면, 잠시라도 이곳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경험이 있거나 이러한 생각에 동의한다면, 어느 도시가 가지는 매력이란 결국 그곳에서 살(아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리서치 프로젝트를 구실로 영도에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매력있는 도시라면 그곳의 문화든 어떤 것이든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사람이 사는데 가장 중요한건 아무래도 집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면 뭐든 좋은 곳일테고, 반대로 살기 힘든 곳이라면 뭐든 소용 없을테니 말이다.
영도에 살고 싶다는 바람을 실행에 옮기려면, 과연 이곳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고 내가 살 곳은 어디인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과거 절영도에서 영도가 된 지명의 유래와 같은 역사적인 맥락을 차치하고, 지금의 영도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여러 현실적인 조건들은 비교적 머지않은 90년대 이후 형성된 것으로 구분지어 봐도 좋을 것 같다. 1950년대 전쟁 이후 모여든 난민들로 부산이 30만 인구의 작은 도시에서 단기간에 130만 인구의 도시로 급성장하고 1995년 390만 가까운 인구수로 정점을 찍은 이후 부산의 인구수는 점점 줄고 있는데, 부산 전체 인구가 390만에서 340만으로 감소하는 사이 영도의 인구는 20만에서 12만에 못미치는 거의 절반 수준까지 감소했다. 인구라는 지표가 단순히 그곳에 사는 사람의 수를 나타내는 것 이상으로 주거환경, 일자리 등 그 도시의 기능과 환경 전반에 대한 조건임을 감안할 때 지금 영도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개발 호재’라는 기대를 영도에 걸고 있다. 전국에서 몰린 해.수.동(해운대, 수영구, 동래구) 집값 상승의 기대가 이제 영도로 향하고 있다. 영도 이곳 저곳에 대단지 아파트가 지어졌거나, 지어질 예정이거나, 지어질 예정을 기다리고 있다. 경험상 재개발이 엮인 동네는 집을 구하기 까다롭다. 다른 입장이었다면 다른 경험을 했겠지만, 정말 살 집을 찾는게 아니라 개발 호재로 살 집을 찾아본 경험이 없으니 일단 내가 정말 살 집을 찾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알아보는 편이 좋지만 집을 찾으려면 역시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에 가야한다. 운이 좋으면 바로 조건이 맞고 마음에 드는 집을 직접 가서 볼 수 도 있다. 숙소에서 대략의 시세와 매물을 검색해보고 출발.
영도 구청 앞에 있는 00부동산에 찾아갔다. 서울에 집이 있으니 매매나 전세 외에 월세로 살 수 있는 집이 있나 물었더니 금방 3~4군데가 나온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아니 싸다. 확실히 서울과 다른건지 그만큼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인지 이제 서울에서 막 왔으니 사실 아는바가 전혀 없다.


월세. 보증금 500만원 / 월세 40만원 / 17평
매매가. 1억 1천 (부동산 실거래가앱)


월세. 보증금 1000만원 / 월세 43만원 / 19평
매매가. 1억 3천 (부동산 실거래가앱)

월세. 보증금 1000만원 / 월세 35만원 / 17평
매매가. 9천 (부동산 실거래가앱)


월세. 보증금 2000만원 / 월세 50만원 / 24평
매매가. 1억 5천 (부동산 실거래가앱)
그분들이 2억 5천이면 30평 아파트를 사는데, 왜 6억 짜리 아파트를 사겠어요. 영도 주민분들은 투자 목적으로 이사를 하지 않아요. 돈이 있으면 인프라 좋은 동네에 아파트를 사지 왜 영도에 투자를 하겠어요.
- 00공인중개사 사무소 소장

- 00공인중개사 사무소 소장
- 영도구청 도시재생과 재생협력팀장


‘오션라이프에일린의 뜰’ 1,2차 단지. 1228세대.
2023년 6월 입주 예정.


'오션시티푸르지오’ 846세대.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나가 철거 난민이 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일 수 있다고 해도, 살고 있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노후한 주거 환경 개선은 제쳐두고 조망이 좋은 곳을 선점하듯 지어지는 브랜드 아파트 건설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영도 원주민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것 아닌가.
- 영도구청 도시재생과 재생협력팀장


월세. 보증금 1500만원 / 월세 25만원 / 17평
주차 불가능. 도시가스 없음.
청학동의 주택들은 어떤지 찾아보기로 했다. 조금 다른 조건의 집을 찾기 위해 월세나 전세가 아닌 매매를 알아보기로 하고, 영도에서 주택 매매를 가장 많이 취급한다는 000부동산을 찾아갔다.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보완 대책으로 다주택자의 투기성 거래를 막기 위해 세금을 무겁게 부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이 경우 다주택을 소유하고 있어도 기존 소유의 주택 혹은 새로 구입하는 주택의 공시지가가 1억 이하인 경우 중과세에 해당하지 않는 1.1%의 취득세가 적용된다.
반대로 구입을 하는 경우는 지금 워낙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더 떨어질 일은 없을만큼 싸기 때문에 사도 된다는 것인데, 상당히 불안하지만 설득된다.



매매가 1억. 가까운 도로에 주차 가능. 도시가스 있음
(매매 후 전세 3천. 월세 500/25)



매매가 1억 6천. 가까운 도로에 주차 가능. 도시가스 있음
(전세 4천. 월세 2000/20. 담보대출 7천 6백 가능)
옥상에 올라 바다를 보며 담보로 대출을 받고 전세로 돌릴 경우 얼마가 더 필요한지 계산해보았다.
- 000부동산 사장

- 000부동산 사장
흰여울마을 가는 길에 00부동산 간판이 눈에 들어와 차를 세웠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먼저 오신 중년 여성분과 사장님이 상담 중이다. 잠시 앉아 기다리는데 이상할만큼 작은 목소리로 상담한다. 하긴 모르는 사람 앞에서 얼마짜리 집이 있냐 얘기하기 불편하겠지. 워낙 작은 사무실이라 목소리 작아도 다 들린다. ‘힐스테이트’ ‘피는 2억’…
아무래도 불편했는지 한사코 나에게 먼저 용무 보시라고 양보를 한다. 나야 고맙다. 부산에 잠시 살게 됐는데 서울에 집이 있으니 월세나 싸게 나온 매매가 있는지 물었다. 월세 15만원에 나온 집이 하나 있는데 지금 열쇠가 없으니 연락처를 남기면 열쇠 가져와 연락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이틀동안 연락은 오지 않았다.
다시 찾아갔을 때, 이번엔 중년 남성과 젊은 남성이 먼저 와있다. 중년 남성은 내가 들어가자 하던 얘기를 멈추고 다시 오겠다며 나간다. 사장님에게 월세는 됐으니 매매가 있냐고 물었다. 공시지가 1억 이하로 나온 집을 찾아 놓았다고 한다. 다행히 기억을 하고 계신다. 직접 모셔드리면 좋겠는데 지금 전화 상담이 있다며 함께 있던 젊은 남성에게 안내를 부탁한다. 이 사장님은 정말 친절하신데 다만 너무 바쁘시다.
주차장에서 기다리니 젊은 남성이 차를 가지고 나온다. 벤츠다. 부산에는 벤츠가 정말 많다. 앞자리가 비었는데 굳이 뒤에 앉으라고 권한다. 내가 만난 부동산 사장님들은 모두 손님을 뒤에 앉혔다. 이건 분명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 것같다. 본인은 다른 사무실에서 일하는 소장이라고 인사를 한다. 영도, 부산 전역의 재개발 뿐만 아니라 서울 관악구, 광명, 안산, 세종, 충주까지 전국의 부동산 동향을 꿰고 있다.
너무 젊어 보여서 실례를 무릅쓰고 나이를 물었더니 올해 서른이라고 한다. 사실 이렇게 젊은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난게 처음은 아니다.



매매가 6천 / 15평
주차 가능. 도시가스 있음
관리비 3만5천원 외 주차장 관리 명목의 주차비가 있음
아파트가 너무 오래되고 평수가 작아서 좀 걸리지만 괜찮다. 사고 싶다. 살고 싶다.
- 000부동산 사장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사람들의 기대 심리다. 의심의 여지도 없는 확고한 경제 전망지표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실체 없는 기대감에 무너지고, 확고한 정부의 의지와 견고한 정책도 그 기대감에 휘둘린다.
- 000 소장


공화순 대표님은 어린이집 원장으로 은퇴를 한 후 뭐라도 동네에 신세를 값아야 한다는 생각에 국수집을 시작하셨고, 그 소박한 시작이 신선행복마을위원회 결성과 신선행복센터 설립의 기반이 되었다. 동네 어르신들이 도란도란 함께 식사라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시작한 국수집이 지금은 신선행복센터에서 운영하는 ‘신선 행복나눔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후 주민이라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마을사랑방으로 운영하며 작년부터 글샘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글샘 동아리 활동은 주민들이 스스로의 자서전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사실 지역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자서전 제작이 다른 곳에 전혀 없는 새로운 활동은 아니지만, 행정이나 문화예술 단체등의 기획이나 지원 없이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무척 다른 의미가 있다. 작년까지 센터에서 일부 비용을 지원받아 운영에 보탬이 됐다고 하나 올해는 다시 온전히 자립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필요한게 무었인가 물었더니 소탈하고 솔직하게 말씀 하신다. 자서전을 컴퓨터로 작성하면 좋겠고, 삽화나 사진이 들어가도 너무 좋겠고, 영화처럼 찍어봐도 좋겠고, 글쓰기를 가르쳐주는 선생님도 있으면 좋겠다고.

- 공화순 대표
- 영도구청 도시재생과 재생협력팀장


1969년 준공. 3개 동.

- 영도구청 도시재생과 재생협력팀장

‘젠트리피케이션’의 정의나 발생하는 원인, 전개되는 양상이나 결과들은 각 나라나 시대별로 조금씩 다른데 그만큼 이 현상이 포괄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중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상권에서 임대료 상승으로 상인들이 쫓겨나가거나 주거지역의 무분별한 상업 개발로 임대료가 상승하고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현상, 그리고 지대 상승으로 결국 지역이 침체되어 문화백화현상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말이 어려운 것 같지만 결국 살던 사람들이 내몰리고, 사람들이 살던 그곳이 더이상 그곳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얼마전부터 쓰기 시작한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의 우리말 표기)이라는 표현만 봐도 그렇다.


이곳의 관광객이 늘어날 수록 주민은 고통받을 것이고, 반대로 관광객의 유입을 막는다면 카페 점주들과 건물주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이다. 주민의 ‘주거권’과 개발 참여자의 ‘재산권’이 상충할 때 어떤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건가.
벽화마을로 관광객이 몰린 이화마을에서는 관광객들의 소음과 무례를 참다 못해 벽화를 훼손한 주민 5명이 경찰에 입건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우리가 어디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할 문제 아닌가.



영도제1정비촉진5구역 재개발
사업의 대표지번은 신선동3가 일원으로 지도를 대조해보면 사실상영선2동의 대부분 지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조감도에 따르면 반도보라아파트와 대원아파트, 남항초등학교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한 전구역이 단일 브랜드의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 예정이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는 ‘우리 동네’, ‘우리 마을’ 이런 말이 없어져야지 않나. 집들이 모여서 마을이 되고, 마을이 모여서 도시가 되는게 맞다면, 브랜드 아파트 단지가 집이고 마을이고 도시가 되는 풍경은 좀 섬뜩하다.

부산광역시 정비사업 통합홈페이지의 정보공개현황에 따르면 영도구에는 8개의 정비사업(재개발 5건, 주거환경개선 1건, 재건축 2건)이 진행되고 있다.
나같은 외지인에게 영도의 첫인상이란 역시 영도대교를 건널 때 오른편에 보이는 수리조선소의 풍경이다. 해방 이후 1970년대까지 최고의 호황이던 당시에는 영도 뿐아니라 부산에서 가장 활기있던 곳이었겠구나 생각하면 좀 더 오래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1980년 완공된 주상복합 형태의 아파트. 매립지 위에 지어진 점도 그렇고 여러 자료에서 호황이던 영도의 상징과도 같은 아파트로 안내된다. 대교동과 대평동은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1998년에 법정동 남항동으로 편입되었다.

- 대평동 마을회 박기영 총무
어떤 곳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왜 예술의 역할을 기대하게 되는 것인가. 그러니까 그 지경이 되어서야 찾게 되는 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해도 씁슬하고, 문제는 다른 곳에서 시작됐는데 엉뚱한 처방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실망스럽다.

‘이북동네’라는 이름과 사연이 조금 다를 뿐, 한 가구에 여러 세대가 살던 터라 소유 문제가 복잡한 경우라던가 빈집으로 오래 방치되어 소유자를 찾기 힘든 경우가 있다던가, 워낙 낙후된 주택 상황 등은 다른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개발이 필요한 곳인데 정작 대상이 되지 못하거나, 지역이 대상이 되어도 주민은 제외되는 전형적인 문제. 이런 곳이 ‘이북동네’라는 이색적인 스토리로 알려서 여기저기 블로그에 사진이 올라오는 것이 달갑지 않지만, 일단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반기는 적어도 한명의 주민을 만나고 난 후라 섣불리 생각할 수 없었다.
리서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주제가 빈집이었다. 빈집은 그 자체로 주택 문제에 있어 심화된 양극화의 결과를 그대로 드러내는 한쪽 극단의 상징같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래 방치될 경우 지역의 슬럼화를 가속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곳 센터의 사업은 2017년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선정되어 봉산마을의 빈집을 재생하였다. 센터에서는 먼저 빈집의 현황을 파악하고 전체 428개의 빈집 중 87개를 정비했다.
사업의 방향은 빈집의 물리적 정비 이후 커뮤니티센터, 공동 부엌, 순환 주택 등 다양한 기능을 부여하고, 외부인의 적극적인 유입을 유도하여 원도심에 활기를 불어넣는 한편 주민들의 생활 환경 향상을 동시에 꾀하는 것이었다.
특히 관심있게 본 사업은 작년(2020년)에 진행한 빈집 재생 프로젝트로 사업의 기획 단계부터 공모를 실시해 5년간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업이었다.
외부인들이 와서 보고 즐기는 일회성의 공간 재생보다 적극적인 차원에서 외부인을 마을의 일원이 되도록 하는 방향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마을을 바꾸려면 결국 그 마을의 주민이 되어야 한다는 소신 같아서 공감할 수 있었다.
센터에서 진행한 여러 사업 중 예술가들과 협업한 사례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썩 공감하거나 지지할 수 없는 결과였다. 내심 센터에서는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해서 앞으로도 예술가들과 협업할 생각이 있는지 슬쩍 물었는데, 애두르지 않고 솔직하게 아니라고 답을 들어 무척 반가웠다.
나도 매우 공감하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아무리 성의를 가지고 수 개월을 작업한들, 그곳에 사는 사람만큼 그곳과 그곳의 사람을 위할 수 있을까.


영도에 사는 법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 리서치는 결국 알고 있는 것을 새삼 확인하거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것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거나,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누군가로부터 등불 같은 깨달음을 얻기도 하는 즐겁고 괴로운 과정을 지나왔다. 거의 모든 것을 알아보다 결국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된 기분이다.
영도에 사는 법을 못 찾은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한다. 사실은 영도에 사는 특별한 법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늘 고민하던 주제를 선택하되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서 적어도 그 안에서는 둥그렇게라도 모양을 가지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는데, 결국 이 리서치 프로젝트에서 내가 발휘한 유일한 상상력은 영도에 사는 법이 있다고 생각한 그뿐이었다. 결과를 만들고 싶었던 마음으로는 아쉽지만 영도에 사는 특별한 법은 없겠구나 라는 지레짐작으로 안심이 된다. 다만 정말로 살아본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일말의 기대는 남겨두겠다.
어떻게든 도움주려 애써주신 김상아 팀장님과 어설픈 손님에게도 끝까지 성의를 보여주신 부동산 사장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불쑥 찾아간 낯선 이에게 마음 열고 이야기 해주신 영도구청 태윤재 팀장님과 봉산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안지현 사무국장님, 공화순 대표님, 대평동 마을회 박기영 총무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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