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리서치 플레이스랩 프로젝트 영도
미워하다 좋아진 싫어하다 사랑하게 된 섬. 이것은 일종의 현실화된 유토피아. 옛 길 위에서 본 섬의 시간. ‘노이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존재들. 그들이 섬 밖으로 나간 것을 보지 못했다. 바다에 닿지도 않았는데 바다를 닮은 구석. 정작 남아 있는 건 없다. 한 걸음 물러난다는 마음으로. 그림자가 끊어진다. 목적지가 있다면 쉬는 것은 멈춘 것이 아닙니다. 소소하고 시시하더라도 나는 늑대이지 말아야지. 경계는 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이 살던 그곳이 더이상 그곳이 아니게 되는 것. 변하지 않아야 할 것, 지켜야 할 것을 지키기 위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김일두

중 2 때 교회 형들에게 기타 코드를 배우고 중 3 때 학교 방송에 나가 친구랑 듀엣으로 '신성우의 꿈이라는 건' 을 연주 노래했습니다. 한샘 자습서로 국어 공부를 보충했고 문예반 활동을 통해 글짓기를 시작했습니다. 스무 살 때 음악의 꿈을 가졌고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현재는 아침에 일어나 한 잔 물 마시고 세면 후 오전에 동사무소 세탁소 세무서 이비인후과 등등 오후에 내과 치과 세무서 피부과 등등 저녁에는 거리 마트 시장 항구 등등 다니며 삶과 세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이번 리서치에 대한 저의 의도는 장소에 대한 추억과 노래였습니다. 에피소드 말미에 노래 가사를 보탰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영도,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영도에 저의 추억에 있는 단편들이 상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간결하고 보통의 상황이 지닌 큰 힘있는 그대로의 영도를 표현 했습니다.

1. 시작 - 영도 가는 길

살다 보니 허무라는 게 나에게도 찾아 왔다

'다행일까?'

몸부림 발버둥 지랄병의 과정들을 지나 가능한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 보기로 했다.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자연적이고 희망의 선택이었다

때론 가능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혈압이 오르거나 눈이 충혈 되어
심술과 화에 밀려 집 밖으로
튕겨져 나가 듯 뛰쳐나갔다

'색만 바뀔 뿐 그대로인 듯한 거리와 사람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도 헷갈릴 때
가만히 서 있으며 생각했다 그리고 선택했다

‘그래, 오늘은 영도로 가 보자’


2. 영도다리

얼마나 많은 사람들 이 다리 건너 오갔을까?
다리 위에서 무얼 봤을까?
앞만 봤을까? 가끔 돌아 봤을까?
두리번거리다 지나는 배와 새 봤을까?

'저 배는 무얼 하러 저렇게 털털하게 다니나?
저 새는 무얼 위해 저렇게 하염없이 다니나?'

멀리 있는 저 산은 후삼국 때에도 있었을까?

부모님께 받은 감사한 나의 두 다리로
이 다리를 수 백 번은 건넜다
무엇에 취해 두 팔을 벌리고
휘청이는 노인의 뒷모습은 야생이었고
그를 따라 어디까지나 가 볼까 했었다
다리 아래서 팔짱을 끼고 턱을 괴고 있던
사람과 사람들, 그리고 어떤 식으로의 존재들

'늦봄,
비바람 칠 때 다리 밑 팔짱 낀 아가씨
지나는 여객선 보며 마신다 술 참는다 울음
비좁은 천막 안 따듯하다 파도 소리
갈매기의 돌림노래 화음 넣어 삐리삐리'


꿈을 꾸었을까? 어떤 생각을 할까? 아무런 생각이 없을 수도 있겠지..자유니까..

크고 오래 된 다리가 되겠다던 포부는
슬프고 아픈 추억이 되었고 이제는 그저
오래 된 돌다리의 돌 하나 되고픈 걸 보면
무어라도 되고 싶은가 보다
아무 것도 아니 되는 것을 위해 말이다

I was in old train
I looked outside
through the window
and thought of your legs
when I saw super big pine tree
I was in old ship
I was seasick
I thought of your fingers
when I was so sick
I was in old plane
I saw nothing but white clouds
I thought of your butt
I dont know why
Now Im in my place
with two girl cats
I called you I said
"Where are you? I can go to you
Or You can come."
You said
"O.k I will go."
I was on old bridge
I like this old stone smell
I missed it I missed it I missed it
I will be an old stone
for an old bridge


'좋다, 사람들이 드문 곳으로 가 보자'
3. 빨간 등대

두 팔 벌리고 휘청이던 노인의 혼 따라
다리 건너 다리 아래로 갔더니
1999년 12월 31일 23시 41분
2000년을 기다리는 가득한 존재들
우리는 1900년대에 태어나 2000년대를

'음.. 2000년을 기념하는
불꽃놀이와 항구의 기적소리'

다리 아래의 칼바람은 철원의 혹한 만큼 강력했다
사진사들의 찰칵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오래도록 가만히 모여 있는 배들의 항구 길로 들어섰더니
동산이 된 그물이며 어른 다리통만한 끈, 만화에서 본 큰 닻들
그 만큼의 녹슨 밸브와 엔진들 그리고 등등..
사람과 세월이 당연하듯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풍경에
소소한 감탄으로 인사하고 담배 하나 피웠다

숨바꼭질 하듯 조타실에서
세상사 관조하는 어느 도방을 찾아냈고
누군가 손질해 철망에 걸어 말리던 오징어를
훔쳐 신문을 태워 구워 먹었던 기억이 났다

'아마도 저 도방이.. 설마 저 도방의 것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천천히 여기저기 살펴보며 항구를 걸었다
혼자였던 포장마차는 없어졌다
천엽과 횟간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를 밖으로 끌어내 바다에 빠트리려 했던
한 선배가 생각나는 포장마차

'다들 잘 계시려나..?'

여러 기억과 추억이 올라왔다
현재와 과거가 뒤죽박죽 섞였으나
선명한 건 바로 '나' 라는 것 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나인 것이다

자갈치를 오가던 작은 배 선착장 지나
역사가 있는 조선소들이 붙어 있는 골목길
끝쯤 외진 곳엔 메아리 마냥

'그 때 왜 그랬어요'

그 때 왜 그랬냐니..
볼 때 마다 참으로 복잡한 심정이었다

왼 어깨
마주 보는 밤 등대
도시의 작위적인 불빛들
그 빛보다도 빠른
독한 술 함께여도
잠이 오질 않는 고독한 방
가부좌를 틀고 담배 연기와

붉고 푸른 그 별 지나
낯설지만은 않은 그 품으로
붉고 푸른 그 별 지나
설레었던 마음 담배 연기와

수평선 위 작은 배들
나의 왼 어깨와 춤을 추었고
뒷산 마을로 가는
첫 삼거리 나무에 기대어
늙은 여인의 굽은 등을 보다
나도 모르게 주저앉았네

붉고 푸른 그 별 지나
낯설지만은 않은 그 품으로





4. 골목길과 다리 밑

오래 된 것들뿐 인 골목길에서
더 작고 좁은 골목을 봤다 몰래
여전히 사람들이 살았다

'누가 살까?'

FRP 보트에서 두 사람이 내렸다
그들은 나를 봤고 나도 그들을 봤다
아마도 서로가 보여 봤을 것이다

'본다는 것
그것은 상상 이상으로 축복이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했고 나는
그들을 지나 빨간 등대로 향했다
건너편 하얀 등대에도 갈 것이다
등대 벽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의
활자와 그림으로 표현 된 속삭임

'빨간 등대 ❤ 하얀 등대'

일종의 기원이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 참 좋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가방에 있는 유성펜으로
별 하나 그려 채웠다 서로 마주하는 등대들에게
안녕 인사 하고 돌아섰다 씩씩한 남항대교
저 아래 방파제에 보일 듯 말 듯 한 낚시꾼들의 뒷모습
한 사람은 개와 함께 있었고 또 다른 사람은 담배에 성냥불을 붙였으며
가만히 세월을 낚고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곳곳에 있었다
테트라포트 사고 사례의 사진들은 그런 그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었다 모두 무사히 귀가하기를 바랬다
어선들과 유조선들, 작업선과 통선은 성실히 오가고 있었다

'고마와 잘 있어'

복순씨
바람 부는 날 새벽 집을 나와
크은 비 바람 피해 골목길에서
셔츠에 반바지 구두에 양말
허리가방 실컷 젖어 멍하니 있네
'바람아 쳐라 물결아 일어라
내 작은 조각배 띄워 볼란다'
김민기 바다 들으며 힘내어 간 곳
태풍에 뒤집힌 항구 자갈치
안개비 내리는 오후 네 시쯤
가루세제 식초 기름 건전지
"복순씨 우리 결혼 합시다
행복하게 해 드릴 자신 있습니다 "
"복순씨 우리 결혼 합시다
행복하게 해 드릴 자신 있습니다 "
두 두두 두 두 두 두
두두두 두두두 두두두두두
바람 부는 날 새벽 집을 나와
크은 비 바람 피해 골목길에서
셔츠에 반바지 구두에 양말
허리가방 실컷 젖어
머-엉 하-니 이-ㅆ-네
'바람아 쳐라 물결아 일어라
내 작은 조각배 띄워 볼란다'
김민기 바다 부르며 힘내어 간 곳
태풍에 뒤집힌 항구 자갈치
안개비 내리는 오후 네 시쯤
가루세제 식초 기름 건전지
"복순씨 우리 결혼 합시다
행복하게 해 드릴 자신 있습니다"
"복순씨 우리 결혼 합시다
행복하게 해 드릴 자신 있습니다"
"복순씨 우리 결혼 합시다
행복하게 해 드릴 자신 있습니다"
없는 것은 금은보화 동산 부동산
남은 나의 사랑 음악 모아 드려요
5. 중리와 말

아름다운 중리 바다가 잘 보이는
넓은 운동장이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었다
열일곱에 제대로 만나 본 중리 바다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한다'

그래서인지 책과 학교에서 벗어나 바다에 오래있었다
뜻을 함께 한 친구랑 수업이나 자율학습을 거부했을 때
중리 바다는 참 좋은 피난처였다
거북이를 방생하며 두 손 모아 기도하던 어머니들..

한 번은 되돌아 온 거북이를 안고 학교로 돌아갔더니
방생한 거북이를 잡아 오면 벌 받는다 해 난처했었다
얼른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다시 수업을 빠졌고
그 벌로 선생님께 빠따를 맞았다 분명히 아팠다

조금 일찍 하교하는 오후 4시 쯤
럭비 펜싱 특기생들의 땀을 뒤로 하고 우린 맨션 뒤쪽 산길로 향했다
그곳에는 승마 훈련장이 있었는데 실제 말들이 있었다
동물원에서 몇 번을 봤던 귀한 얼룩말 보다 더 신기했다
함께 있던 친구 놈들 중 둘 셋은 그 동네 애들이라 어릴 때부터 봤었댔다
제주도에서 봤었다는 친구는 말 등에 타기도 했댔다
한 놈이 말을 탔다 하니 한 놈은 시골에서 소를 탔다 했다
그랬더니 또 다른 한 놈이 애기 때 개를 탔다 해서 모두가 욕을 했다
지금도 생생하다
어쩌든 둥 말도 처음 보고 제주도에도 가보지 못한 나는 말했다

"우리가 말띠 아이가"

산길 끝 해양대 앞에 사는 복학생 형은 뱀띠였다
그 형이 승마 훈련장을 알려 주었다
그는 골초였다

더 가까이
그는 죽었고 아직 살아 있는 나
뒤늦은 참회로 따라간들
손 한번 살갑게 잡지도 못했기에
눈물만

그가 가는 길 화사한 꽃길
가끔 꿈속으로 찾아와 주어
환상으로 데려다 그 꽃길
걷게 해
나의 몸과 혼 그따위 패악질은
엷은 웃음으로 전멸을 위해 깊고 좁은
그 자연적 힘으로
거부해

그는 죽었고 삶과 죽음 사이에 나
아버지 저는요 사람에 길로
한 발 더 갈께요
늘 저에게 하셨던 말씀처럼
아버지 저는요 사람에 길로
두 발 더 갈께요
아름다운 그들 곁으로
더 가까이


6. 살자바위와 잠수함

말목장과 오솔길 지나 언덕 옆의 또 다른
산길을 알고 있었지만 그곳은 누구나 다닐 수 없는
비밀의 길이기에 잘 닦아 놓은 인도와 차도를 따라 걸었다
황량한 느낌은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
마른 목구녕은 침물을 세 번 나눠 삼켜 덜 마르게 했고
어지러웠지만 마음과 정신을 굳게 잡았다

'바다가 보였다'

갈증은 사라지고 마음은 편안해졌다

'거기서 저기가 그리 멀지도 않은데..'

급한 성격을 반성하고 후회했다
사람도, 지나는 자동차도 없었다
캄캄해서 더욱 맑게 보이는 하늘에다
안부를 전하고 눈빛으로 별들에다
선을 그었더니 언제인가 보았던 그림이 되었다
작은 섬이 온통 학교인 곳을 지나
군부대, 버스 종점과 다시 군부대
식당들, 텅 빈 주차장.. 지났는데

'자유랜드로 가는 입구가 없다'

추억에 있는 자유랜드의 공작
꼬부랑 해송들과 눈을 맞추었고
자갈만 있는 자갈마당에 앉아
지는 달과 뜨는 해를 지켜봤다

'살자바위는 어디에 있나 있기는 한 걸까?'

나는 살자바위가 자살바위 보다 더 보고 싶었다
태종대에 있다는 자살바위, 그 바위 앞 바위에

'자살을 거꾸로 말하면 살자'

문구가 적혀 있다는 여럿 살린 살자바위
이런저런 상상들로 새벽인지 초저녁인지도
뒤죽박죽일 때 자갈 한 줌 쥐고 떠났다

오후 4 시 쯤
넓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바위에 나란히 앉아
안개와 사라지는 달과 뜨는 해를 지켜본다
허리를 숙여 두 손을 땅에 짚어 높음을 가늠하고
덩치 큰 여섯 살 아이의 주먹만 한 돌을 주워
달을 향해 멋들어지게 던졌건만
어찌 된 일인지 해 머리에서 피가 나네
달을 향해 멋들어지게 던졌건만
어찌 된 일인지 해 머리에서 피가 나네

어깨를 감싼 나의 팔 허리를 감싼 당신의 팔
서로의 손을 쓰다듬으며 바위에서 일어났을 때
잠시 후에 벌어질 일들이 작은 돌 대신 몸을 던지고
떨어지기 전까지의 수어 초 동안
당신이 나무에 몸을 맡기길 기도할 거야
당신이 나무에 몸을 맡기길 기도할 거야
7. 봉래산

'봉래산 조봉에 가면 봉황을 만날 수 있다'

새벽의 별들 올려보다 훌쩍 울었네
아침 해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어
무엇을 하였으며 왜 했을까?
먹고 자면 대수인가 나는 몰랐네

two things and one thing

어떠한 세상 돌고 돌아 돌아버린
나의 세계 연안 부두는 나를 어디로
가는 대로 간다지만

알려주지 않는 종점
알려주지 않는 종점
새벽의 별들 올려보다 훌쩍 울었네
아침 해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어
무엇을 하였으며 왜 했을까?
먹고 자면 대수인걸 지금 알았네

two things and one thing

어떠한 세상 돌고 돌아 돌아버린
나의 세계 연안 부두는 나를 어디로
가는 대로 간다지만

알려주지 않는 종점
알려주지 않는 종점



8. 청학동 항구

점심을 먹고 잠이 와 오륙도가 신기루처럼 보일 때 본부에서 온 딸딸이 소리에 순찰조 셋 모두 깼다
동시에 먼 바다를 봤더니 엄청난 크기와 형태의 무엇인가가 부산항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여태까지와의 것들과는 완벽하게 다르며 22년 인생에서 처음인 그 무엇.
컨테이너 화물선이 초등학생이라면 이것은 다 큰 아저씨 같았는데 여러 대의 예인선이 붙어 있었다
본부에서는 큰 군함이 들어오고 있는지 잘 봐 달라했고 잠에 취했던 우리 셋은 완전하게 깨어 그것들을 구경했다
흩어져 따로 있던 낚시꾼들, 하역 일꾼들, 라면집 점방 아지매, 점방에서 한 잔들 하시던 어르신들
오가는 새들도 잠깐 멈추어 그 모습을 봤다 그 날 저녁 부산항으로 큰 군함이 들어 왔다는 뉴스를 봤다

'나는 뉴스를 봤어'

한 날은 퇴근 후 부대 소집 명령이 떨어졌다

'퇴근 후 부대 소집이라니.. 퇴근 후엔 집에 가야 하는데..'

상근병에게는 꿈에서나 경험하는 재입대의 악몽이 현실에서 일어난 것 이었다
당시 야간 순찰조였던 우리 셋은 별별 생각을 말로 하며 불길함을 떨쳐 내려 애썼다
가는 길 편하게 가자며 셋이 돈 모아 택시를 타자는 둥
며칠 집에 못 갈 수 있으니 뭐라도 제대로 먹고 가자는 둥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 심지어는 차라리 부대가 집 보다 낫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게 서로를 위로할 때 교대를 위해 낮 순찰조 셋이 왔고 도대체
어떤 심정의 서비스인지 부소대장이 다찌차로 우릴 데리러 왔다
씁쓸하게 부대로 갔더니 야간 순찰조 인원 모두 있었다
모두의 표정이 문드러져 있었고 깐깐하고 엄한 중대장이
웃음기 있는 얼굴로 나타났는데 불길했다 누군가
군기교육대나 영창에 갈 것만 같았고 나는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아 기도했다 같은 기도를 반복했다

'오늘 새벽 광복동 지하상가
시민이 밀입국자들 신고 / 경찰이 출동 검거
조사 결과 청학동 쪽 항구 옆 갯바위로
적게는 십 수 명이 밀입국 하여 흩어짐'

뚫린 것 이었다 우리 모두 오래도록 조사와 정신 교육을 받았다
누구 하나 군기교육대나 영창 간 이는 없었지만 그 책임으로

중대장은 진급을 포기하고 제대한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그 날 저녁 밀입국자들이 잡혔다는 뉴스를 봤다

'그 중대장님은 잘 있을까? 잘 지내시기를..'

초저녁인 7시쯤
부러진 날개 가진
늙은 블루버드를 타고
가깝게 보이는
저 흐릿한 달을 향해 날았어
등 뒤엔 초라하기만한 노을이

듬성듬성 개나리길
옹기종기 유채꽃길
가루 날려 어지러운 벚꽃길

그 길 마다
장난을 일삼는
닳고 닳은 청춘들

이골나게 아름다운
이 별에서 떠날려면
이 뜨거운
붉은 쟈켙을 벗어야 했어
때마침 숫처녀 같은
하늘에서 눈보라가 일었기에
이처럼 이쁜 손은
여전히
9. 빨간다리

아침 6시에 깨면 씻고 통근 버스를 탔으며
6시 반에 깨면 못 씻고 통근 버스를 탔다
한진중공업에 있는 한진호라는 크레인선에서
크고 무거운 너트와 볼트를 옮겨 맞추는 일을 했다
일이 위험하고 힘들어 적응하기가 어려웠고
넘들 다 하는데 내가 못 할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으로 덤볐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불성실해져 갔다 무단결근을 자주 해
기본급도 받지 못했다 억지로 다닌 것 이었다

'왜 그랬을까?'

3개월 쯤 다녔을 때 중공업 내에서 운동이 일어났다
일거리들은 줄어들었고 그 만큼 사람들도 다른 일을 찾아 떠났다
출근 해 대충 빈둥대다 끝날 때도 가끔 있었는데
그럴 때엔 꼭 걸어 집으로 갔다 큰 찻길 따라 걷다
중소형 조선소가 붙어있는 작은 찻길로 빠져
몇 번 두리번거리면 옛 창고 건물들이 많은 일방통행길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배를 만들고 수리했다
오래도록 가만히 있는 바지선, 작업선들, 저건 뭘까?

'오.. 저런 배도 있구나?!'

제각각의 배들이 몇 겹으로 엉켜 붙어 있는 그곳은
사람과 세월이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만든 작품이었다
저기 연안부두에 있던 배들은 거제도로 제주도로 갔고
건너편 그 배들은 현해탄을 오갔다

'금세 나타난 빨간 다리'

계단을 오르면 멀리 튼튼한 한진호의 크레인들이 보였다
가깝고도 머언 길을 걷고 걸었으며 또 걸었다

여객선 터미널 앞 육교 위엔 과속카메라가 있었다

뭔가에 홀려
어딘가를 헤매일 때에
나의 이름을 부르는 그대
bye bye

눈은 뜨고 있지만
어느 곳도 보질 않는
이 두 눈 이젠 뽑아
bye bye

부러진 날개로
떠난 그 새의 둥지는
흔적조차 없지만
부러뜨린 나의 손은 여전히

꺾이지 않아 팔락이는 날개여
꺾이지 않아 팔락이는 나의 날개여

뭔가에 홀려
어딘가를 헤매일 때에
나의 이름을 부르는 그대
bye bye

이상의 나락과
무료함을 견딜 수 없어
인도산 초의 눈빛을 태우며
bye bye

오직 나만을 위한 자폭을 그러나
오직 나만을 위한 자폭을 그러나

스님과 슈크림 빵
똑순이의 크리스마스 폴카
bye bye

스님과 슈크림 빵
똑순이의 크리스마스 폴카
bye bye






10. 영도 밖 영도

미워하다 좋아진
싫어하다 사랑하게 된 섬

'영도'

어쩜 그렇게
이쁘게 웃을 수 있니
너의 눈물 그리고 그 미소
잠들 수 없는 밤 애 밤
깍지 낀 우린 꿈 애 꿈에서

홀리타임 홀리 홀리타임
홀리타임 홀리 홀리타임

저 높은 해 그 빛에 단짝 별
둘이 된 나의 그림자
잠들 수 없는 밤 애 밤
깍지 낀 우린 꿈 애 꿈에서

홀리타임 홀리 홀리타임
홀리타임 홀리 홀리타임
홀리타임 홀리 홀리타임
홀리타임 홀리 홀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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